학창시절에는 사회생활이라고 하는 것이 교우관계가 전부였다. 친구들끼리 동등한 관계에서 이친구, 저 친구와 어떤 관계를 맺는지가 다였다. 그리고 같은반 친구들과 1년을 보기때문에, 관계를 형성하는데 서두르지 않아도 언젠가는 좋은 관계가 될 여지도 있어서, 여유있게 나의 관계를 다질 수 있기도 했다.
하지만 20살이 되어 사회로 나가게 되면, 너무 많은 인간군상을 빠른 시간에 판단하고 이 사람과의 관계형성을 완료해야하는 순간들이 종종 찾아온다. 대학에 입학 했을 때, 어떤 동기와 먼저 친해지느냐, 들어가야하는 동아리의 사람들의 인상이 어때보이는가 등등. 거기서오는 괴로움과 현타는 20대 초반을 지나는 누구나에게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시기가 지나고 취직을 하면, 이제 관계에 대한 거리를 배우게 된다. 20대 초반에는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을 것인가가 주된 고민이라면, 취직을 하고 난 후에는 어떤 사람과 관계를 맺을지에 대한 선택권은 사라진다. 다만 이 사람과 얼만큼 친분을 맺을 것이냐, 싫은 사람이지만 싫은 티를 내지않으면서 내 마음은 편한 그 지점은 어디인 것인가 고민하는 시기가찾아온다. 그러면서 각자 모난 구석이 있는 부분들이 닳아지기도 하고, 눈치라는 것이 생기기도 한다.
현재 나는 30대, 그리고 결혼을 했다. 새로운 가족이 생겼는데, 이게 참 어렵다. 사회 생활에서 다진 인간관계 스킬로는 감당할 수 없는 부분들이 생겼다.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어떤사람과 친해질 지 선택을 하고, 선택의 여지가 없는 사람들과는 적당한 거기를 두어 나의 공간에 침입하지 못하게 했으며, 이도저도 안된다면 그냥 내가 나쁜사람이 되고 인연을 끊으면 그뿐이었다.
하지만 새로 생긴 가족은 내가 선택을 할수도 없고, 나와 맞지않는다는 이유로 평생 인연을 끊을 수도 없다. 뭐 어떻게는 맞춰서 살아가야 하는것이다. 세상에. 대화를 했을때, 사회에서 만났다면 그냥 지나쳐 갔을 유형이었는데, 가족이 되었다는 이유로 원하지 않는 대화를 즐겁게 해야하는 것이 참 힘들었다.
인간이 항상 인간관계로 힘이 드는 이유는, 할만하다 싶으면 다른 유형의 관계들이 찾아오기 때문인 것 같다. 나이가 들어서 자식이 생기면 또 자식과의 관계도 어렵고 어색한 부분들이 있겠지. 그러려니, 그럴 수도 있다는 다짐이 필요한 지금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