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두가지가 생각이 난다. 최선을 다했다고 하기에는 조금 부끄러운 마음 반, 그리고 그럼에도 다른사람들 보다는 조금 억울하게 운이없다는 마음 반. 학창시절에 할 최선은 아마도 공부일 것이다.
나는 초등학교 때에는 공부는 못하는 정도는 아니었다. 수학경시대회를 하면 금상을 수상하고, 글짓기 대회에 나가도 금상을 타고, 막 그냥 해도 좀 했던 것 같다. 공부를 잘 하는 친구하면 연상이되는 학생중 하나. 하지만 중학교에 가면서 TV를 엄청 열심히 보기시작했고 god도 쫓아 다니면서 공부를 등한시 하기 시작했고, 반에서 9-10등정도 했다. 정말 참 어정쩡한. 선생님이 공부를 하지말라고, 하라고 하기에도 참 애매한 성적이었다. 근데 이런 성적, 이런 상태가 20대 내내 이어질줄은 꿈에도 몰랐다. 뭐 나름 계속 열심히 했던 것 같은데. 그 나름이 친구들보다 적었던 것일까. 아니면 막 그냥해도 되었던 초등학교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것일까.
그래도 꾸역꾸역 해서 남들이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고2 겨울방학부터는 성적이 나쁘지 않아 목표하는 대학이 있었다. 당시 내가 수능을 칠 때에는 1차와 2차 수시가 있었는데, 수능과 전혀 상관이 없는 인적성시험으로 학생을 뽑는 전형이었다. 운좋으면 죽어라 인적성만하면 대학에 갈 수 있었는데, 경쟁률이 세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외면하기는 너무 매력적인 전형이었다. 나는 또 그만두기는 애매하고 하라고 하기는 불안한 정도의 인적성 능력을 가지고 있었는데, 목표하는 대학이 인적성으로 학생을 뽑고 있어서 시간을 쪼개 공부를 했다.
그러다 2차 수시에서 인적성을 통과했다.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이제 면접만 보면된다. 11월이었고, 결과발표는 수능 전날이었다.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모자랐지만 나는 또 시간을 쪼개 면접학원으로 갔다. 선생님이 애매하게 웃음을 지었다. 합격할 것 같긴한데, 문제가 어려우면 살짝 불안하긴 하네. 그래도 화이팅.
합격자 발표가 났다. 떨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내일이 수능이다. 수능 전날이지만 공부가 하나도 되지가 않았다. 당연하다고 하면 너무 내 핑계이지만 어쨌든 수능을 아주 많이 망쳤다.
아직도 이 순간이 기억이 난다. 불합격입니다. 정말 가슴이 철렁했다는 말이 이런거였구나. 그리고는 한참을 생각했다. 나는 정말 최선을 다했을까. 최선을 다했지만 운이없어 떨어진 것일까,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일까. 당시에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