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적부터 살던 곳은 아파트였고, 걷기 좋은 공원이 있었고, 멀지 않은 곳에 학교가 있었다. 적당한 방들이 두어개 있었으며, 다른 친구들 집도 비슷했었고, 반려견을 키우는 친구들도 더러있었다. 어느 친구집에 놀러를 가도 그냥 비슷비슷했고, 이러한 집들이 참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도 나도 30대가 되고 결혼을 하면 당연히 이런집에서 가족을 만들고 아이를 키우겠지. 라고 생각했다. 다른 경우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결혼을 하고, 사택에 잠시 살다 이사를하고. 아니 그전에 독립을 하고, 자취를 하고. 세상에는 아파트에 살지 않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구나 라는 사실을 20살에 깨달았다. 허어. 곱게컸구나. 나는.
30살에 결혼을 해서 사택에 살며, 그 아파트를 갖기위해서 전략을 짜서 이사를 갔다. 그리고 끊임없이 청약에 당첨이 되기 위해서 공고문을 보며 연구를 하고, 전략적으로 청약을 넣는다. 하지만 계속 탈락.탈락. 어쩌면 당연하다. 나보다 훨씬 전부터 노력하고 연구한 사람들이 많을 테니까. 청약에서는 자식이 없으면 약자이기 때문에.
청약에 매달리다가도 그냥 아파트 빚내서 확 사버릴까 싶다가도, 순간 문득문득 욱할 때가 많다. 특히 오늘같이 나름 가능성이 있는 아파트에 고심해서 청약을 넣었지만 생각보다 가능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에는 참 허탈하기도 하다.
10대 20대 때에는 집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10대는 사실 대부분 학교에서 보내는 것도 있고, 야자하랴 친구들이랑 놀러다니랴 집이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20대 나의 자취방은 그냥 그 시간을 보내기 위해 잠시 머무르는 숙소와 같았을 뿐, '집' 이라는 생각은 해본적이 잘 업다.
하지만 30대 들어서 결혼을 하니, 집이 얼마나 소중하고 큰 의미인지 점점 체감을 하고 있다. 일단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굉장히 많고, 요리를 하고 살림을 하며 가정을 꾸려나가는 입장에서는 집의 컨디션과 위치가 상당히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햇빛이 잘드는 집으로 이사를 왔을 뿐인데 자존감이 높아지기도 했다. 가정을 꾸리는 주체가 되니 집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달았고, 그래서 집을 잘 마련하기 위해 이렇게 청약에 애를 쓰고 있다.
청약을 위해 이사를 가면서 우리는 집을 조금 넓혀갔다. 없던 가전도 사서 구색도 더 맞추고, 생전 하지 않던 인테리어도 신경쓰고, 우리를 이 집에 녹이기 위한 노력을 꽤 했다. 그랬더니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종류의 행복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 집이 이렇게 소중한 거구나. 에휴. 그러니 넣어야지 또. 청약을.
계속 떨어져서 상심한 마음을 달래고자 끄적여본다. 다음 청약은 될 수 있을 꺼야. 더 행복한 이사를 할 수 있을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