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점점 모르는 일들이 많아진다
세상은 참 빨리 변한다. 2001년도에 상상으로만 할 수 있었던 일들이 지금은 거의 현실이 되었다. 내가 체감하는 한 가지 가장 큰 변화. 어디 먼 곳에있는 맛있는 식당을 찾아가기 위해서는 주소를 적어두었다가 사람들에게 물어물어 찾아갔어야 했다. 시간이 조금 지나서는 홈페이지에서 약도를 프린트를 한 뒤에, 약도를 보고 찾아가고는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실시간으로 나의 위치를 어플로 확인을 할 수 있다. 거리는 얼마나 남았는지 시간은 걸어서 얼마나 걸리는지, 내가 지금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모두 알 수 있다. 어떻게 이런세상이! 그래서 예전에는 사람들을 만나자 마자 저는 길치입니다. 방향도 몰라요. 라고 소개를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어물쩍 넘어가도 그럭저럭 사는데 지장이 없는 세상이 되었다.
2001년에 중학생이었던 나는 TV덕후였다. 지금도 주말에 어떤 프로를 봤는지 기억이 날 정도이니 말이다. 덕후에게 본방사수를 할 수 없다는 것은 세상이 무너지는 것과 같은 일이었는데, 본방을 사수하지 못하면 녹화를 하지않으면 다시보기가 어려웠다. 그나마 방송국에서 해주던 주말 재방송은 평일에 본방사수를 할 때보다 조금 편집을 해서 재방을 해주었는데, 그 삭제된 분량이 덕후는 용납이 되지 않았다. 시간이 조금 지나 인터넷으로 유료 결제를 해서 볼 수 있었지만 학생인 나에게 다시보기 결제버튼은 누르면 큰일나는 핸드폰 네이트 인터넷 버튼과 같은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은 월 일정금액을 결제하면 전세계 많은 영화 심지어 20,30년전 드라마까지 볼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콘텐츠 하나 사수하는데 집중하던 세상에서 넘쳐나는 정보를 어떻게 활용할 지 고민하는 세상이 된 것이 참으로 신기하다.
2021년. 부르면 기계가 대답하고 날씨를 알려준다. 로봇이 서빙을 하기도 하고 사람들은 컴퓨터만 들여다 보면서 일한다. 출근도 잘 안한다. 인간이 갖춰야할 IT소양이 굉장히 깊어졌다. 초딩들이 코딩을 배우는 세상이라니.
이렇게 시간이 갈수록 이렇게 세상이 커지고 넓어진다. 학생때, 20대 때 나의 세상은 축약하면 씨디 한장에 구워질 정도로 사실은 작은 것이었다. 20대 후반, 30대 초반의 이 몇년이 그동안 살았던 나의 세상보다 훨씬 더 큰 세상이 될 줄 몰랐다.
어느덧 30대 중반의 나는 세상에 뒤쳐지지 않기위해 이것저것 배우고 있다. 습관적으로 사용하던 어플에는 이런 이유가 있었고, 아무 생각없이 클릭하던 가십페이지에는 이런 비밀이 있었구나. 깨달으면서 내가 얼마나 좁은 세상에 살았는지도 함께 알아가고 있다. 신기하면서도 작아지는 기분이다.
엄마는 종종 나이들면 서러워져. 나이들면 눈치를 보게 되. 라는 말을 했었다. 어릴 때는 그게 무슨소리냐며 똑같은 인간인데 왜 나이가 들면 서럽냐며 되물었는데 이제 그 이유를 알 것 같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 세상을 더 알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 세상을 아는 만큼 세상은 더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걸. 나이가 들면서 모르는 것들이 점점 많아진다. 참. 슬픈일이다.